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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1/2


대니 보일의 신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 자체로도 무척 재미있지만 영화 밖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일단 영화는 완성되었지만, 배급사였던 워너 브라더즈 인디펜던트가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영화는 비디오 시장으로 바로 직행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폭스 서치라이트 사가 배급을 맡게 되었고 아카데미 상 경쟁의 출발점인 토론토 영화제에서 열띤 반응을 얻으면서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11월에 미국에서 10개 상영관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이후로 12월 동안 서서히 개봉관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이러는 동안 비평가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어내어 여러 중요 비평가 협회에서 상들을 받았고 어느 새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 작품상 경쟁에서 1순위가 되었습니다. 현재 영화는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상태이고, 미국에선 확대 개봉이 된 가운데 박스 오피스에서는 상승세를 보여주면서 이미 제작비의 3배 이상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영화 내용만큼이나 영화는 기적같이 달려 올라갔고 마침내 마지막 문제에 도달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탈 것인가?"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고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빈민가 출신인 자말 말릭은 시청률이 높은 TV 퀴즈 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 에 출연했는데, 그가 그에 던져지는 퀴즈들에 정답을 계속 맞혀서 상금은 높아져서 천만 루피까지 도달했고 이제 마지막 한 문제만이 남았습니다. 자말보다 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이 쇼에 나오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승승장구한 사람이 전에 없었습니다. 이러니 퀴즈 쇼 진행자는 그가 속임수를 썼다고 생각해서 자말은 경찰에 끌려가고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험한 일을 당한 뒤 자말은 경찰관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정답들을 알게 되었는지 얘기합니다. 그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의 험한 인생 속에서 접한 것들을 기억했기 때문에 운 좋게 던져지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을 따름이지요.



퀴즈 쇼 장면과 경찰서에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말의 장면이 챕터 전환 역할을 하는 가운데,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말이 겪어온 일들을 펼쳐놓습니다. 뭄바이의 빈민가를 뛰놀던 어린 자말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로 형 살림과 함께 고아가 되어 버리고 여기에 우연히 그들과 같이 다니게 된 라티카와 함께 험한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닙니다. 이들이 겪게 되는 일들 중 몇몇은 절대 좋은 일은 아닙니다. 고아원 같았던 곳은 그들의 생각과 달리 결코 친절한 곳은 아니었고 돈 벌기 위해 애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이야기는 아주 친숙합니다. 고아가 되어 이리저리 떠도는 자말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험한 환경만 봐도 디킨즈 생각이 절로 나오고, 밑바닥에서 온갖 일들을 겪으면서 계속 전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우리도 흔히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대니 보일과 사이먼 뷰포이가 많이 참고하고 영향 받은 인도 영화들을 접해 온 그 쪽 관객들에겐 더더욱 그러겠지요.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은 거침없이 달리면서 많은 것들을 멋지게 해낸다는 것입니다. 험하거나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각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어둠의 영역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때로는 그 속에서 결코 수그러들지 않고 헤쳐 나가는 캐릭터들의 원동력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자말의 인생 경로는 운과 능력이 동일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타지 마할이 뭔지도 모르지만, 어쩌다가 마주치자마자 그와 형은 즉흥적으로 여행가이드가 되어 돈을 법니다. (자말 덕분에 저는 타지 마할을 방문하면 주머니를 챙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엔 오래 전부터 사랑해 온 라티카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자말의 러브 스토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엔 함께 했어도 라티카 뿐만 아니라 자말의 형 살림도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자말의 인생에 들어왔다가 나가곤 하기 때문에 이야기는 종착점은 보일지는 몰라도 결코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Q & A]를 바탕으로 둔 사이먼 보포이의 각본은 질주하는 동안 여러 이야기들을 하지만 결코 원심력과 구심력 그 어느 쪽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감독 대니 보일은 이런 이야기에 걸맞게 영화를 아주 박진감 넘치고 신나게 만듭니다. 여러 가지 것들을 능숙하고 재빠르게 해내는 이야기만큼이나 영화의 겉모습은 다양할뿐더러 짜릿합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촬영감독 안소니 도드 맨틀은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를 통해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위생에 민감한 분들이시라면 몸서리치실 환경의 빈민가를 [시티 오브 갓] 못지않게 활력 넘치게 보여주는가 하면, 도시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기차가 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뭄바이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 도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말과 살림의 그 허름한 동네는 어느 새 건설현장이 되어 건물들이 세워지고, 자말은 지구 반대편의 고객들을 받아주는 전화 상담 센터([트랜스포머] 리뷰(http://gerecter.egloos.com/3279885)에서 곽재식 님께서 재미있게 얘기주신 그 전화 상담 센터입니다)에서 보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거침없이 질주하는 흐름에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편집자 크리스 디킨스와 음악상과 주제가 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게 된 A.R. 라만의 공이 큽니다.







각기 다른 시점들에서 자말, 살림, 그리고 라티카를 맡은 아역 배우들은 세심하게 선택되었고 가장 어린 아역 배우들은 실제 거리에서 캐스팅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 자란 자말과 라티카를 연기한 데브 파텔과 프리다 핀토는 호감이 절로 가는 배우들이고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영화 [The Namesake]에서 봤던 이르판 칸은 자말을 심문하는 경찰관을 맡았고, 발리우드 쪽에서 많이 알려진 배우인 아닐 카푸르는 표리부동한 퀴즈 쇼 진행자를 연기합니다.



영화평 올리곤 하는 여러 블로그들을 뒤져보다가 어느 글에서 인상적인 대목과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살며시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영화도 있지만, 속셈이 다 보이지만 어느 새 금세 마음을 절로 주는 좋은 영화가 있다고 했지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후자에 속하고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잘 해냅니다.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게 없고 뻔해 보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은 금세 시선을 잡아당기고 그러는 동안 이야기 자체는 어느 덧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대니 보일은 결코 한 곳에 안주하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셸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스포팅]을 시작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가끔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마침내 그의 작품 행로에 알맞는 작품과 만났습니다. 그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이야기를 이리저리 조종하고 그에 함께 동참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것은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지요.



P.S.


애들이 봐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R등급을 받았는데 [테이큰]은 PG-13 등급을 받아서 미국의 등급 위원회가 참 이상하다는 소리를 많이 받았지요. 자, 우리나라 등급 위원회는 [테이큰]에게 18세 등급을 붙였으니 아직 정신은 어느 선까지는 말짱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Posted by 나에게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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