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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프라이팬'에 해당되는 글 1건




[중앙일보 한은화.이도은.권혁재] 스테인리스 스틸 프라이팬(이하 스텐팬)이 돌아왔다. 30~40여 년 전까지 주로 쓰이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팬이다. 뭘 좀 해먹을라치면 음식이 팬 바닥에 들러붙어 애물단지이기도 했다. 눌어붙지 않는 코팅 팬이 나오면서 단숨에 주방에서 폐기 처분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그랬던 팬이 이젠 웬만한 주방용품 코너에 가면 맨 앞에서 반짝거린다. 스텐팬 사용 인구도 알게 모르게 늘었다. 스텐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인 '스텐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스사모)'에는 5만7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카페에서 스텐팬으로 계란 프라이를 눌어붙지 않고 매끄럽게 부쳐내는 관문을 통과하면 네티즌들의 축하를 받으며 드디어 고수로 가는 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들은 서로 스텐팬으로 더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 등을 교환하기도 하고, 스텐팬 예찬론도 펼친다. 7일엔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를 이용한 요리 경연대회를 벌인다.

'용도폐기된 줄 알았던 스텐팬이 왜 지금 부활한 걸까'.

요즘 시대를 관통하는 어젠다, '친환경'이 선발 주자였다. 5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코팅 프라이팬 유해성 소송이 그 출발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코팅 재료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며 화학회사 듀폰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인 것. 이 소송에서 유해성 판정은 미뤄졌지만 듀폰사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벌금 167억원을 물었다. 소송은 끝났지만 이후 환경호르몬 문제는 끊임없는 이슈가 됐고, 소비자들이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 스텐팬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것. 이후 한국 시장에도 스텐팬은 느린 속도로 진열되기 시작했다.

스텐팬의 저변을 확 넓힌 계기는 케이블 TV에서 방송한 외국의 유명 요리 프로그램들. 외국의 유명 셰프들이 주로 사용하는 반짝이는 스텐팬은 주부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회사원 염기현(45·경기도 하안동)씨는 “유명 셰프들은 하나같이 스텐팬을 쓰는 것을 보면서 '뭔가 좋으니까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스텐 제품으로 바꿨다”고 했다.

스텐팬은 이제 한 세대를 넘어 다시 이 시대의 '트렌드 코드'가 됐다. 꽃은 일러 피지 않았고, 봄나들이 하기에는 쌀쌀한 주말. 이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스텐팬을 하나 사서 가족끼리 그 활용법을 마스터해 보면 어떨까. 그 매뉴얼이 여기에 있다. ▶W2, 3면에 계속

글=한은화·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고기에선 불 맛, 소스에선 진한 맛 … 스텐은 맛있다

스테인리스 팬으로 요리하면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 '스텐팬'은 열을 양은냄비처럼 빨리 전달하고, 온기는 뚝배기처럼 오래 지속해 약한 불로도 재료 맛을 살리는 요리가 가능하다. 또 불 위에서 요리하다 그대로 오븐에 집어넣어 익힐 수도 있어 서양식 요리에선 빈번히 사용된다.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음식은 스테이크 요리. 프라이팬에서 겉면을 센 불에서 구운 색이 나도록 구운 뒤 오븐에 프라이팬째로 집어넣어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두꺼운 스테이크나 폭찹 요리를 맛있게 할 수 있다. 겉면을 익혀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면서 오븐에선 속을 부드럽게 익혀주기 때문이다. 또 고기를 꺼낸 뒤 스텐팬에 묻어난 고기의 육즙과 기름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 수 있어 굳이 비싼 레스토랑에 가지 않더라도 깊은 풍미의 소스를 만들 수 있다. 또 코팅팬에선 느낄 수 없는 불맛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고기를 구우면서 브랜디나 와인들을 넣고 팬을 약간 기울이면 가스레인지의 불꽃과 만나 고기에 불이 옮겨 붙어 살짝 불 맛을 낼 수 있다.

한국식 로스구이도 스텐팬으로 구우면 맛있다. 스텐팬 매니어인 이현주(37·주부)씨는 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마다 스텐팬을 이용한다. 잘 달궈진 팬에 고기를 구우면 고기의 겉과 속이 빠른 시간에 골고루 익어 맛있단다. 이씨는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해도 육즙이 그대로 고기 안에 남아 있어 고소하다”고 했다.


파스타 요리에도 스텐팬이 제격이다. 집에서 스텐팬 파스타 요리를 잘 해먹는다는 이주영(39·주부)씨는 “올리브오일과 채소·새우 등을 넣고 볶아 먹는 파스타 요리의 경우 달궈진 스텐팬의 불 맛이 살아 있어 훨씬 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텐팬을 이용하면 더 맛있는 요리를 스텐팬 매니어와 전문가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기요리 노하우

지중해풍 안심스테이크


재료: 안심스테이크용 한 덩어리, 소금·후추 약간 <소스용>, 다진마늘 10g, 올리브오일 2큰술, 레몬 ½개, 좋아하는 드라이 허브 약간, 화이트와인 1큰술, <사이드용> 루콜라 10g, 그린과 레드 파프리카 각 반 개, 발사믹 양파 3~4개(베이비 양파에 발사믹 식초와 설탕 약간을 넣어 조려놓은 것), 올리브오일·소금·후추·레몬즙/ 다른 좋아하는 채소를 곁들여도 좋다.

만드는 법 ①오븐을 예열한다. 잘 달궈진 스텐팬에 안심을 놓고 센 불에서 앞뒤로 구운 색이 나게 굽는다.

②①을 스텐팬째로 오븐에 넣고 200도에서 10분 정도 굽는다(시간은 좋아하는 고기의 구워지는 정도에 따라 조절한다).

③파프리카를 불에 구워 올리브오일·소금·후추·레몬즙으로 재워 둔다.

④오븐에서 팬을 꺼내 고기를 루콜라 깐 접시에 덜어 놓은 뒤, 팬을 불에 올리고 다진 마늘과 향신료·오일·후추·소금·레몬으로 고기 소스를 만든다.

⑤스테이크에 소스를 붓고, 옆에 파프리카와 발사믹 양파를 곁들인다.

닭안심구이와 레몬그린허브소스

재료: 닭 안심 세 조각, 소금·후추 약간, <소스> 프레시 파슬리(없으면 드라이 파슬리) 약간, 레몬 1개(껍질은 강판에 갈아서 놓고, 레몬즙은 짜놓는다), 꿀 1큰술, 칼로 다진 마늘 2개분, 올리브오일 2큰술, 소금·후추 약간


만드는 법 ①오븐을 예열한다. 닭 안심을 달궈진 스텐팬에 올리고 소금·후추를 앞뒤로 뿌려 구운 색이 나게 굽는다.

②①을 오븐에 넣고 온도를 220~230도에 맞춘 뒤 6~8분간 구워 속을 익힌다.

③오븐 요리를 하는 동안 믹서에 소스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갈아놓는다.

④오븐에서 닭 안심구이를 꺼내 소스를 뿌려낸다.

달콤한 폭찹

재료: 폭찹용(목살) 두터운 돼지고기 세 덩어리, (마리네이드 소스) 흑설탕 2큰술, 애플주스 1컵, 머스타드소스 1큰술, 후추·소금-돼지고기에 간이 될 정도로 넉넉하게), <폭찹소스> 버터 약간, 밀가루 1~2큰술, 와인 3큰술, 물 약간, 블랙체리 잼 또는 체리 잼

만드는 법 ①비닐봉지에 마리네이드 소스를 한꺼번에 넣고, 여기에 돼지고기를 넣은 뒤 냉장고에 3시간 정도 둔다.

②폭찹고기의 물기를 닦아 잘 달군 스텐팬에 놓고 센 불에서 앞뒤가 구운색이 나도록 구운 뒤 200도 오븐에서 25분쯤 굽는다.

③②의 돼지고기를 꺼내놓고 스텐팬에 버터를 약간 넣고 녹으면 밀가루를 넣고 볶다가 갈색이 나면 와인을 붓고 거품기로 잘 섞은 후 물을 약간 넣은 뒤 끓인다. 여기에 블랙체리 잼이나 원하는 잼을 넣고 마무리한다.

④구운 폭찹고기에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스파게티 이렇게 

드라이허브 파스타


재료: 링기니 국수, 양파 반 개, 당근 1/4개, 완두콩 통조림, 토마토페이스트 5큰술, 마늘 2개, 설탕 약간, 올리브 오일, 소금·후추, 드라이허브(오레가노·타임·파슬리 등)

만드는 법 ①링기니 국수를 삶는다.

②국수를 삶는 동안 스텐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마늘은 다져 넣어 볶는다. 당근도 잘게 썰어 넣고, 완두콩을 넣은 뒤 토마토페이스트와 설탕을 약간 넣고 볶는다. 여기에 국수 삶는 물을 한 국자 정도 떠 넣고 촉촉하게 끓인다.

③②에 드라이 허브를 넣은 뒤 삶은 링기니를 넣고 섞는다.

④접시에 담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먹는다.

레몬새우 스파게티

재료: 스파게티 국수, 올리브 오일, 마늘 2개, 생새우 10마리, 레몬 1개, 크러시드 페퍼, 프레시 파슬리 혹은 완두콩 통조림 약간

만드는 법 ①국수를 삶는다.

②마늘은 칼로 다지고, 레몬은 껍질은 강판에 갈아놓고 반은 즙을 짜고 반은 썰어 놓는다. 파슬리는 다져 놓는다. 파슬리가 없으면 완두콩 통조림 2큰술 정도를 익혀 준비한다.

③큰 스텐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여기에 버터를 약간 넣어도 좋다) 다진마늘을 넣고 섞은 뒤 새우를 넣어 앞뒤로 지진다.

④③에 삶은 스파게티 국수를 넣고 레몬껍질 간 것, 레몬즙, 이탈리안 고춧가루 파슬리나 완두콩, 레몬 썬 것을 모두 넣고 한 번 섞어가며 볶아낸다.

⑤④를 큰 접시에 담아 가운데 두고 각자 개인접시에 덜어 먹어도 좋다.

고수의 마지막 관문, 계란 프라이

'야호, 드디어 계란 프라이 성공!' 최근 인터넷 카페인 '스텐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스사모)'의 게시판에 경험담 하나가 올라왔다. 클릭수가 순식간에 늘어났고 '축하한다'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붙기 시작했다. “남편이 계란 프라이를 한다고 스텐팬을 꺼내면 고개부터 젓는데 부러워요”라는 글도 있었다. 스텐팬 사용후기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계란 프라이 성공기. 야들야들한 계란이 팬에 잘 달라붙어 스텐팬으로 시도했다간 대부분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란프라이만 넘으면 스텐팬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 스텐팬을 오래 써 온 사용자들은 “예열 방법을 몰라 실패하는 것일 뿐”이라며 “스텐팬은 다른 팬과 달리 사용법을 제대로 알아야 쉽게 쓴다”고 말했다. 이들 고수는 새 팬 길들이기→예열→씻기의 3단계만 알면 스텐팬은 의외로 쉽게 정복된다고 짚어준다.

<도움말: 인터넷 카페 '스사모'>

새 팬 길들이기 포장을 뜯은 새 팬은 먼저 비눗물로 깨끗이 씻는다. 팬에 물이 반쯤 차도록 붓고 식초를 1~2스푼 넣은 뒤 끓여준다. 이는 음식을 할 때 팬 색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이때 센 불에서 3~5분 팔팔 끓인 뒤 불을 끄고 물을 따라낸다.

팬 예열 예열법은 정석예열법과 간단예열법 두 가지가 있다. 정석예열법은 빠르게 과열했다 식히는 방법. 팬 밑부분에 불꽃이 닿을 정도의 불 세기로 3분 정도 가열한 뒤 불을 끄고 1~2분간 식힌다. 이는 열이 고르게 퍼질 시간을 주는 것. 그러고 난 뒤 기름을 넣고 조리할 음식에 맞게 불을 조절한 뒤 팬에 기름의 결이 생겨날 때까지 기다렸다 재료를 넣는다. 간단예열법은 약한 불로 은근히 달구는 방법이다. 불꽃이 팬 바닥에 닿지 않는 세기로 10분 정도 달궈야 한다. 기름을 넣고 조리할 음식에 맞게 불을 조절한 뒤 1~2분 뒤에 음식 재료를 넣으면 된다.

씻기 스텐팬 안쪽에 눌어붙은 음식물을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다음 요리할 때 계속 눌어붙고, 결국엔 시커멓게 타버릴 가능성이 많다. 음식물이 심하게 눌어붙어 수세미로도 닦을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땐 새 제품을 길들일 때처럼 물을 붓고 식초를 넣은 후 끓여준다. 물을 버리고 닦아내면 탄 자국을 깨끗하게 없앨 수 있다. 바깥쪽이 지저분하거나 광택을 잃은 팬은 소다를 푼 물에 한참 불렸다가 닦으면 된다. 철수세미나 녹색수세미를 쓰면 팬이 쉽게 닳기 때문에 부드러운 스펀지를 이용해야 한다.

2만~20만원까지 … 대세는 '3중 바닥 팬'

최근 나오고 있는 스텐팬은 스테인리스 스틸-알루미늄-스테인리스 스틸로 이뤄진 3중 구조가 대부분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만 팬을 만들 경우 보온성은 높지만, 열이 빨리 전달되지 않아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을 사이에 끼워 넣고 압축해 만드는 것이다. 이 3중 구조가 바닥에만 적용된 제품을 시중에서는 '3중 바닥 팬'이라고 부른다. 이 구조가 팬 전체에 적용된 경우는 '통 3중 팬'이나 '클래드 팬'이라고 부른다. 클래드 팬은 스텐 사이에 알루미늄을 한 겹 끼워넣는 3중 구조부터 알루미늄이 세 겹 끼워져 있는 5중 구조까지 시중에 나와 있다. 알루미늄 대신 구리가 들어간 제품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클래드의 경우 일반 냄비보다 물이 덜 끓어 넘치는 장점이 있다. 일반 냄비는 바닥보다 벽면이 금방 뜨거워져 벽면부터 바글바글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보온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요리 때 음식이 끓어 넘칠 우려가 없는 프라이팬의 경우 '3중 바닥구조'가 더 낫다는 평이다. 열전도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스텐팬의 제품 설명을 보면 흔히 '18-10'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304'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18-10은 스텐에 크롬·니켈이 18%와 10% 들어갔다는 성분 표시다. 스테인리스 스틸 304는 크롬 18%에 니켈 8~10%가 배합된 스텐팬을 일컫는 명칭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조리용구로 쓸 때 이 배합이 가장 적합하다. 여기서 니켈 함량이 더 떨어질 경우 녹이 잘 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일스테인리스·키친아트 등의 국산 브랜드 스텐팬의 경우 가장 많이 쓰는 지름 28cm의 3중 바닥 팬을 2만원대에 살 수 있다. 휘슬러·WMF·슐테우퍼 등의 수입 브랜드는 지름 28cm의 3중 바닥 팬이 5만~20만원대로 다양하게 있다. 임동일 현대홈쇼핑 MD는 “가정에서 쓰려면 '스텐 304' 제품으로 디자인·브랜드·가격을 보고 본인에게 부담 없는 제품으로 고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뭐든 물어보세요 '스텐 척척박사'

회원 5만7500명 사이트 운영하는 주부 전지현씨


 전지현(38)씨는 스테인리스 팬 전문가다. 금속공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요리사도 아닌 평범한 주부지만 스텐팬을 누구보다 잘 다룬다. 2005년부터 인터넷 카페 '스텐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스사모·2008년 8월 독립 홈페이지로 변경 www.susamo.com)을 운영하며 초보 사용자들을 위한 정보를 알려준다. 유일한 스텐팬 관련 사이트로 최근 회원 수가 5만7500명으로 늘어났다. 최첨단 IT 기기는 아니지만 사용이 까다롭고 실용적인 정보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회원 중엔 '왜 제가 하면 눌어 붙을까요' '제이(전씨의 아이디)님처럼 해봐도 잘 안 돼요'라고 푸념하는 글을 올리는 이가 많아 전씨가 1대1식 해결책도 제시해 준다. 첫 1년간은 쪽지·메일로 1000여 통의 질문을 받았다.

그런 전씨도 7년 전엔 '스텐팬 입문'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텔레비전 요리 프로에서 셰프들이 쓰는 걸 보고 덥석 샀지만 생각만큼 쓰기가 쉽지 않았다. 구이·부침개를 할 때마다 눌어붙고 태워먹기 일쑤였다. 인터넷을 뒤져도 정보가 없었다. 백화점 판매 직원에게 물었더니 “스텐팬으로 고기나 구워 먹지 부침개나 전은 못 부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기가 발동했다. 그때부터 스텐팬 정복에 나섰다. 길거리에서 호떡 파는 사람에게 프라이팬과 달걀을 내밀며 “계란 프라이 좀 해봐 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실수가 계기가 됐다. 생선을 굽기 전 팬을 달군다고 중불에 올려놓았다가 깜박 잊은 것. 뒤늦게 부엌으로 달려가니 팬에 당장이라도 연기가 올라올 정도였다. 불을 끄고 웬만큼 식힌 뒤 기름을 넣고 생선을 넣었다. 예상 외 결과가 나타났다. 생선이 얼음 위 스케이트 날처럼 팬에 쫙 미끄러졌다. 사용 2년 만에 '스텐팬은 충분히 달궜다 식혀 쓰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간 뭐가 문제였는지 궁금증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하나 설명됐다. 전씨가 이런 '예열법'을 정리해 카페를 만들자 클릭 수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를 자사의 상품 사용설명서로 도용하기도 했다.

전씨 집에는 스텐팬 외에도 스테인리스 주방기구가 100여 개 있다.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 직접 산 것도 꽤 되지만 스사모를 운영하며 업체에서 '한번 테스트해 달라'고 시제품을 보내온 덕이다. 그러다 아예 지난해 7월부터는 국내에 진출하는 수입업체의 제품 개발을 맡았다. 한국형 냄비·프라이팬을 만드는 데 실력을 발휘했다. 전씨는 이미 백화점에 자신의 아이디를 붙인 물건이 나왔다며 슬쩍 웃었다.

       

그 많던 유리냄비 어디 갔지?

주방기기에도 유행이 있다. 패션·헤어 스타일처럼 빠른 트렌드는 아니지만 시대별로 주목 받는 냄비·프라이팬은 달랐다. 건강· 웰빙이 사회 이슈가 되고, 부엌에 들이는 가전제품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조리기구들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변천사를 짚어봤다.

<도움말: 최혜숙 휘슬러코리아 요리 컨설턴트 >

1990년대 초 유리냄비 환경호르몬 문제가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유리냄비가 주목받았다. 당시 플라스틱 용기로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거나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그 틈새를 뚫고 고열에 조리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유리냄비가 대안이 됐다. 하지만 깨지면 다시 쓸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90년대 초 코팅 팬 90년대 초반 처음 나온 이래 집집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코팅 프라이팬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싸고 가벼운 장점도 장점이지만 코팅 처리가 돼 있어 잘 눌어붙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2004년 코팅제에 쓰이는 PFOA(Perfluorooctanoic Acid) 성분의 인체 유해 논란이 가중되면서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커져 갔다. 또 가격이 싼 팬은 코팅 처리가 1~2회밖에 안 돼 벗겨질 경우 중금속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90년대 중반 옹기 뚝배기 90년대 유리냄비의 유행과 함께 떠오른 것이 옹기 뚝배기다. '숨쉬는 그릇'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으며 중금속을 해독해 준다. 하지만 베이킹소다나 쌀뜨물로 설거지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합성세제로 설거지하면 미세한 기공으로 세제가 흡수되었다가 음식에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용기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려 다양한 요리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90년대 후반 오븐 요리기구 가정에 오븐·그릴이 보편화되면서 함께 사용 가능한 주물·법랑 냄비 등이 주목받았다. 주물냄비는 무쇠가 원재료로 가마솥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것. 열전도·보유 기능이 좋아 음식의 맛과 향이 달아나지 않는 장점을 지녔다. 특히 갈비찜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찜요리 때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법랑 냄비는 금속 표면에 도자기 재질의 일종인 법랑을 입혀 매끈하게 만든 제품. 법랑 유약을 입혀 색깔을 알록달록하게 만들 수 있어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주부들이 즐겨 찾았다.

2007년 추억의 양은냄비 복고의 유행은 소비자에게 양은냄비를 다시 찾게 했다. 오래된 것일수록, 더 찌그러지고 못날수록 더 사랑받았다. 다른 냄비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끓여야 맛있는 라면 같은 요리에는 궁합이 잘 맞았다. 하지만 오래 쓰면 중금속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만 웰빙 바람에 인기도 주춤해졌다.

Posted by 나에게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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